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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나와서 제일 그리운 것은 국이다
국물을 떠먹으면서 멀리멀리
집으로 떠내려가고 싶은 것이다
너무 추워서 수프를 시켰는데
쟁반만 한 대접에 가득 수프가 나왔다
김도 나지 않으면서 뜨거워 혀를 데었다
너무 짜고 느끼하고
되직해 먹을 수가 없었다
몇 숟가락 못뜨고 손들었다
국이란 흘러가라고 있는 것이다
후후 불며 먹는 동안 뜨거운 내 집으로
흘러가 몸을 맡기는 것이다
그런데 내 집은 어디에 있나
내 집에 돌아가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나
왜 여기 나와 헤매고 있나
여행이란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맘에 드는 곳에 고여 있는 것이다
거기 머물며 내 집을 생각하는 것이다
내 집이 어디 있는지 과연 내 집이
어디 있기는 있는 것인지
국을 그리워하며 떠내려가보는 것이다
(그림 : 허영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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