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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옥희 - 붉은 등대시(詩)/시(詩) 2022. 1. 19. 11:20
나는 밤새 바다를 바다이게 하는 불빛으로 지켜보았다
하늘과 바다를 잇는 수많은 이별법
밤낮없이 바다를 드나들던 가벼운 것들의 이별법
어긋난 운명으로 서로를 잡지 못해 한쪽을 놓아버리고
뜬눈으로 바다를 헤집는 집어등이 파랗게 질려갔다
너에게 닿지 못한 내 눈길이 절망으로 가득할 때
다 놓았다 생각한 네가 바다마저 놓으면
나는 어디에서 또 젖은 꿈을 꿀 것인가
오늘 나는 적당히 오르는 파도를 받아들이면서
너를 안은 긴장이 높아졌다 스러졌다
네가 다시 사랑할 내일의 꿈을 안고 돌아간 뒤
나는 밤새 움켜쥔 주먹을 풀며
해가 바다를 삼키는 걸 지켜보았다
붉어진 눈을 감고 나도 쉬어야겠다.
(그림 : 안금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