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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 - 겨울 여행자시(詩)/시(詩) 2022. 1. 9. 14:26
어느날 야윈 눈송이 날리고
그 눈송이에 밀리며 오래 걷다
눈송이마다 노란 무 싹처럼 돋는 외로움으로
주근깨 많은 별들이 생겨나
안으로 별빛 오므린 젖꼭지를 가만히 물고 있다
어둠이 그린 환한 그림 위를 걸으며 돌아보면
눈이 내려 만삭이 되는 발자국들이 따라온다
두고 온 것이 없는 그곳을 향해 마냥 걸으며
나는 비로소 나와 멀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너에게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은 그렇게 걸어 사랑에서 깨어나고
눈송이에 섞여서 날아온 빛 꺼지다, 켜지다
(그림 : 안기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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