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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자 - 내 밥그릇시(詩)/시(詩) 2021. 12. 24. 15:16
나는
밥 하는 여자
밥 푸는 여자
내 손에는 질긴 밥줄이 달려있다
맛이 없어도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밀어 넣은 밥
둘레둘레 밥상에 둘러앉은 식구들
하루도 안 거르고 먹은 밥
세상에 태어나
밥 먹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이 어디 있으리
밥줄 끊어지면 험한 세상
어찌 살라꼬, 묵자, 묵어야제
내 밥그릇 내가 챙겨야제
그러나 다른 사람의 밥그릇은
탐내면 안되겠제
그들의 허기진 배
빼앗지 말아야제
오늘도 나는 밥줄 움켜쥐고
허겁지겁 배 채우기에 바쁘다
누구에게 용서 받아야 할지 몰라
빈 밥그릇만 고이 씻어 엎는다
(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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