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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 군데군데 푸른 구름이 내려앉는다
오리목, 떡갈나무 그루터기에 돋아나는 새순이다
초록을 한 아름씩 베어 와서
무논에
듬성듬성 흩뿌리는 할아버지
이맘때는 논도 배가 고프다며
이랴, 소 몰아
쟁기질로 논밥을 골고루 비빈다
쟁깃날 스칠 때마다
논바닥이
꾸르륵 꾸르륵 빈 배 채우는 소리
덩달아
쑥꾹 쑥꾹 쑥쑤꾹,
이제 갓 돌아온 쑥꾹새가
이 산 저 산 날아돌며
허기진 울음 토해낸다
쑥꾹새도
논도
나도 자주 허기졌던
내 유년의 5월이 다시 돌아왔다
(그림 : 우혜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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