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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나그네 능쟁이가
갯벌에 길을 내고 있다
숨은 파도를 따라 물결을 타며
무너진 길을 잇고 또 이어간다
너울이 밀려오면 갯바위로 올라서고
센바람의 날갯짓은 마음에 데려다 앉히고
핑계와 변명이 침몰하는
모래 언덕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삶의 의미는 사는 것으로
죽음의 의미는 죽는 것으로
윤슬의 바다
햇살 조는 백사장에서생각 잃은 날은
능쟁이 따라 길을 걷는다.능쟁이 : 갯벌에 사는 회색의 조그만 게를 일컫는 충청도 말
서리가 내린 후에 나타난다.
(그림 : 이경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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