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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남 - 떠나야 할 때시(詩)/시(詩) 2021. 11. 8. 08:41
떠나야 할 때를 놓쳐버린 붉은 장미가, 가을 햇살 가득 안고 담장 가에 피어 졸고 있다.
뭉개진 꽃잎의 저 잔상(殘像), 다 쓸어내고 싶다.
더는 서성이지 마라. 화려함의 절정(絶頂), 여름의 한참은 순간이다.
장미여. 흰 웃음으로 살랑거리고 있는 부추꽃에게나 자리를 내어 주거라.
세상에 고집부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죄 스쳐 보내는 것들뿐이다.
붉어진 네 속마음까지 죄 보내버리자, 뒤꼍 대숲을 타고 불어오는 갈바람을 향해.
더러는 내 안의 나와도 이별해야 할 때가 있다.(그림 : 장종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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