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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회분 - 질경이 꽃시(詩)/시(詩) 2021. 10. 16. 09:08
죽여드릴까요 살려 드릴까요
오른손에 가위든 들꽃미장원 그녀
오늘 손님은 꽃대 세우고 서 있는 질경이 꽃
죽이고 살리는 게 제 손에 달렸다는 듯
거울 속에
그을린 눈매 치켜 든다
살기 위해
촛농 뚝뚝 흐르는 서른아홉 나이에
이혼장에 불도장을 찍었다며
자존심 살리는 그녀
바닥너머 바닥으로 내려앉는
거울 안쪽 질긴 잎이 환했다면
거울 이 쪽은 캄캄했다고 심지를 올리는 손
수수함을 가장한 오늘도
누군가를 정성 들여 죽이고 살리는 일
산발머리 질끈 당겨 묶고
검은 앞치마를 입는 그녀의 손길이 옹골지다
(그림 : 홍미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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