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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상 - 가을 전어시(詩)/시(詩) 2021. 10. 8. 18:34
석쇠가 달아오르면 은빛 바다가 익는다
전어 굽는 냄새만으로도 가을이 왔다
바짝 엎드린 채 누워있는 저 수평선
생소금 짝짝 뿌려대면 파도 소리 들린다
함께 누운 윤슬 곁에서 반짝일 때
토독 가슴 터지게 하는 것은 당신 아닌가
몸속에 숨겨놓은 저 연한 가시
이젠 그림자 하나 움직일 수 없는데
온몸이 아작 나고 머리까지 씹혀야 비로소
가을 전어가 된다
영리하게도 머릿속에 몰래 숨겨놓은 것은
아, 탱글탱글한 파도
소주 한 잔 들이키자
파도의 뼈가 아작 아작 씹힌다
가을 전어 떼 지어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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