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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환 -밀물결 오시듯시(詩)/시(詩) 2021. 8. 25. 10:07
바다 저쪽 아득한 곳에 어머니가 계셔서
자꾸 이불 홑청을 펼치시는 것이다
삼동에 식구들 덮을 이불 꿰매려고
여동생들을 불러 모으고 그래도 손이 모자라던 때의 저녁 바람이
내 쪽으로 밀려나오며 선득선득 발목에 닿는 것이다
물결 잔잔해지기를 기다려
바다는 저쪽 어귀부터 차근차근 제 몸을 꿰매기 시작하는데
바느질에 갇힌 어머니 한숨이 솜이불에 남아서
겨우내 우리 몸은 포근하였던 것
그 많은 날들을 잠들 수 있었던 것
숭어 몇 마리 뒤척이는 밤 개펄을 깔고 밀물결 덮고
(그림 : 전봉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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