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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리 - 귀촌 이십 년시(詩)/시(詩) 2021. 8. 21. 11:57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가수 한상진이 불렀지마는
여기 산골에 온 지 이십 년이 되어도
고향 같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천구백년대와 이천년대 초반의
시대적 차이 탓이다
보리쌀을 꾸어 먹고 살아도
소 눈알같이 순박했던 그때와
산업화 덕분에 뭉개진
그래서 눈치로만 버텨온 이천년대 산골이
아직도 공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이 산골에 남아 있거나
다시 찾아드는 이들이 남아 있음에
무슨 이유를 찾아야 할까
최근 들어 누가 귀농을 하나
귀촌이란 이름이 적당할 따름인데
여기서 밥 먹고 살 자리를 찾는 것도 아니고
밖에서 식견을 배운 사람들이
농사만 짓던 사람들과
생각이 맞는 것도 아니고
상투적인 말처럼 공기가 좋아서인가
설마 그 이유 하나로 귀촌을 하나
지난 이십 년 허드렛일을 겪어가며
귀촌 이십 년 차에 곰곰이 생각하니
여기서 살고 있는 까닭은
단조롭게도 유독 공기가 좋아서였다
(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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