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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림 - 볏 시울시(詩)/시(詩) 2021. 7. 19. 14:38
수컷이라고 다 장닭이 아니다.
벼슬이라고 다 왕관이 아니다.
시울이 시울다워야 진짜 벼슬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울지 않는,
시도 때도 없이 모이를 쪼아대지 않는
저 도도한 걸음걸이,
단 한 번의 눈길로 제압해버리고 마는,
싸우지 않고도 너끈히 이겨버리는
저 넘치는 카리스마,
가족을 지키기 위해 깃털을 곤두세우면
약 오른 개도 함부로 다가가지 못한다.
볏 시울은 질서 있는 계급장이고 관록이다.
요새 남자들, 모이 구하느라
시도 때도 없이 고고거리며 손 비비다가
붉게 솟은 볏 시울을 다 잃어버렸다.
새벽을 깨워줄 장닭이 없다. 없다.(그림 : 송해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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