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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 - 전철인생시(詩)/시(詩) 2021. 7. 8. 13:39
당신이 보기에 통속적일지 모르지
전철 안에서 꿈꾸고 전철 안에서 살아왔다
매일, 매주, 매년, 삼십년
그런 것을 감히 세월이라 할 수 있을 것
전철 안에서 한 아침이 새로 열리고
한 시대가 어두워지기도 했다
삼십년 전에도 그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청산은 구걸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는다
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새벽엔 책을 읽지 않고 입을 열지 않는다
눈을 감고 적당히 흔들린다
이것이 나를 곤하게 만들어서 쉬게 한다
늘 나의 정신은 극에 가 있다
나는 전철 안에서 모든 것을 얻고 잃었다
잃은 것도 얻은 것이라면
잃은 것은 없다
변함없이 나는 오늘도 전철 안에 있다
(그림 : 남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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