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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남매를 둔 아버지
볕, 그늘 가리지 않고 길렀지
비바람에 내몰릴 때마다
장작개비 자리 앉히듯 허리 굽혀가며
주름이 깊어지고 흰머리가 늘었지
각자의 길로 접어든 나이가
활활 타다 연기를 내면
얼른 불씨 한 삽 털어 넣고 바람 한 입 떠먹이며
자리 바꿔 앉혔지
서로 등 기대고 타 흰 재만 남으라고
부디 하얗게 타라고
중간중간 한 번씩 불씨를 다듬었지
늙어도 자식은 새끼여서
반쪽이 된 엄지손가락 눈에 밟히는
밑불이었지
(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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