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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우연히 펴보게 된 너의 손
서로 맞대고 있었지
방해가 될까 조용히 문을 닫고 기다렸단다
새벽이 되어도
아직 끝나지 않은 기도
햇살이 서서히 비추기 시작하면서 너는 모은 손을 내려놓았지
나 몰래 무한한 사랑을 표현했는데
아침마다 건네준 사랑을
읽지 못하고 출근을 서둘렀었지
어쩌다가 한 번씩 물을 준 것이 전부였는데
빈 화분일 때 죽었나 싶어 버리고 싶던 적도 있었다
한 집에서 이십 년을 살았는데 이제야 너의 성품을 알았다
늦은 밤 촛불 같은 편지를 늘 흘려보내고 뒤늦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사랑초에게
추신으로 보낸다
(그림 : 정연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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