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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춘화 - 난곡을 기억하며
    시(詩)/시(詩) 2021. 4. 15. 18:32

     

    어둠 들면 몸 웅크리고 세상의 윗목에서

    ​아랫목 꿈꾸며 잠들었다

    ​꼭두새벽이면 어김없이 잠을 깨고

    ​일 가는 등 뒤

    ​불빛 몇 개

    ​더 켜지면 바로 눈 뜨는 산동네

    ​꽃은 아무데서나 피는 것 같아도

    ​자세히 보면 피는 곳에서만 피었다

    ​산동네에서는 부르튼 입술에 꽃 비슷한 것이

    ​며칠씩 가렵게 필 뿐,

    ​가난 문안하는 허공에 발 디디면

    ​계단에 앉은 얼음이

    ​산동네 내려가는 발목을 잡고

    ​희망은 가파르게 금이 갔다

    ​새는 공중에서 휘발하였다

     

    ​짧은 햇살 사위는

    ​블록 담에 기대 생애 한 번쯤

    ​반짝이던 시절 되새김질로 우물거리며

    늙고 있는 지금,

    ​기어코 산동네 내려오지 못한 계단 한 개

    ​고단한 생 증명하는 해질 무렵

    ​시간이 결계를 풀고 앉은 발치 슬픔 흥건하다

    난곡 : 난곡동 (蘭谷洞) - 조선 중종 때 우의정 강사성의 아들로 승지 등을 역임한 강서(姜緖)의 호인 난곡(蘭谷)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난곡동에 강서의 묘가 있다.

    난곡동은 본래 신림3동 지역으로, 1992년 7월 1일에 신림3동과 신림13동으로 분리되었다가, 2008년 8월 1일에 다시 통합되어 난곡동으로 개칭하였다

    (그림 : 문회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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