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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 - 바지락 쑥국 끓이기시(詩)/시(詩) 2021. 3. 29. 11:57
어느새 쑥이 튼실하다.
돋아나는 봄 새싹을 톡톡 딴다.
바지락에 쑥국을 끓여서 먹으면
내 몸속으로 들어온 쑥들이
우북하게 자라서 쑥대밭이 되겠지
나는 그 쑥대밭이 귀찮아져서
하릴없이 갈아엎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다시 봄,
이렇게 고개 내민 싱싱한 쑥들을
지난 이야기처럼 캐어다가
바지락 쑥국을 끓여 훌훌 마시겠지
그럼 내 몸속에 쑥쑥 쑥이 자라고
질겨진 쑥대가 창창한 하늘을 가리고
향긋한 쑥 냄새가 내내 진동한다는 것인데
이런 별스러운 생각을 하다 보니
드디어 쑥국 완성, 그거 상큼한 게 맛나네.
(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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