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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희 - 때로는 왜 우냐 묻는 사람이 고맙다시(詩)/시(詩) 2021. 1. 13. 12:03
아침에 먹는 라면이 슬퍼요
라는 말을 들은 후 시계를 보는 버릇이 생겼다
몇 시까지를 아침이라고 단정해야 할까
열두 시를 넘긴 시간이라 아침은 아니라며 가스 불을 켠다
물을 붓는다
밤낮이 따로 없어 적당량은 없고
라면을 귀한 손님상에나 올렸다는 씨알도 안 먹힐 소리의 꼰대는 밤새 마누라에게 꼬집힌 옆구리를 드러내며 나왔다
물 반 면 반의 불어 터진 하면처럼 배불뚝이 꼰대의 허풍도 자고 나면 부푼다
달걀을 깨뜨리던 숟가락을 눈두덩에 댄다
캄캄해서 뵈는 게 없다
거짓말처럼 눈물에서 수프 냄새가 났다
충혈된 눈에서 새빨간 말이 흘렀다
이렇게 흐르는 눈물을 보고도 나에게 메말랐다나 뭐라나
때로는 왜 우냐 묻는 사람이 고맙다
오늘이 어제와 동갑이어서 좋은 것처럼
(그림 : 전지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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