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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금 - 어머니의 파밭시(詩)/시(詩) 2020. 12. 25. 08:52
하얀 웃음이 좋았다
벌과 나비가
모이고 바람과 구름이 쉬어가는 외딴집도 좋았다
한동안 봄 가뭄이 길어
눈물 대신 한숨이 나왔다
흙에 묻은 약속은 변하지 않는다던데
아버지는 늘 떠도는 바람이었다
파밭 고랑에서 평생을
땅강아지처럼 혼자 흙을 파먹어야 했던 엄마
세상살이에 고단했던
아득한 무게가 저 밭두둑에 고스란히 묻혀 있다
파밭에 가면 맵고 아린 냄새가 난다
(그림 : 장수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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