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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희 - 된장찌개를 끓이다시(詩)/시(詩) 2020. 12. 20. 12:15
장독대에 대대로 늘어져 있는
햇빛을 한 숟가락 떠온다
옆집에서 준 호박에 꽃씨가 쫓아와
두 집 사이에 꽃길을 만든다
그녀의 동글한 눈길을 양념 삼아
신발 소리가 섞인 두부를 썰어 넣고
화분에서 꽃을 몰아낸 풋고추도 썰어 넣으니
수다스런 동네 따듯한 향이 구수하게 뭉쳐진다
입안에 빛의 표정들이 어우러지면서
보글보글 작은 뚝배기에 우주의 온기를 끓인다
(그림 : 변응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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