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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덕 - 생의 반시(詩)/시(詩) 2020. 12. 16. 09:33
최선을 다해 소진했지만
그런 적이 없었네.
세상 모서리
기어이 작은 유리조각이라도 찾아내
반짝이는 종말의 햇빛처럼
지금은 지금,
진자리에 돋는 싹도
최초의 문신처럼
자기 종말을 반사하며 빛나는데
얼굴을 닦았던 젖은 휴지로 책등을 문지르자
부스스 일어서는 못 자국들
의지는 살과 뼈의 결과
또는 허공에 결박하려는 마른 숨결
머리칼처럼 쉬 빠지는 페이지들을
검은 표정으로 굳게 움켜쥔
시흥 외진 인쇄소 절단기의 선명한 이빨 자국
최선을 다해 비틀거렸지만
빙그르 제자리,
마른 그림자만 짙어졌던
결코, 그런 적이 없었네.
(그림 : 이석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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