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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미 - 1인 가족시(詩)/시(詩) 2020. 12. 3. 11:53
새벽 5시, 세탁기를 돌린다 특별시의 시민으로서 세탁기를
돌린다 얼굴도 모르는 이웃들이 함께 살고 있는 8가구 다세대
주택의 새벽을 돌린다 필시 누군가의 단잠을 깨울 것이 분명
하지만 특별시의 시민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신없이
세탁기를 돌리고 출근을 하고 야근을 하고 정신없이 살아남아야
한다 정신없이도 살아남아야 한다
새벽 5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을 돌린다 얼굴도 모르는
강박을 돌려야 한다 층간소음 다툼으로 살해당할 각오를 하면서도
세탁기를 돌려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신없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을 돌려야 한다 특별히 살아남기 위해서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림 : 유예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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