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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시아 - 갑골문자시(詩)/시(詩) 2020. 11. 12. 17:20
오늘의 일기예보는 두꺼비 울음입니다
낡은 것들이 느릿느릿
낮잠을 자는 집
두꺼비가 마당을 가로질러
어기적어기적 흐릿한 오후를 몰고 옵니다
하늘 한 번 올려다보던 아버지
삽자루를 들고 물꼬를 보러 나섭니다
투두둑 빗방울들
두꺼비 등을 타고 굴절합니다
사각지대의 낡은 일상이 흩어집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논두렁과 삽자루의 돌림노래 끝이 없습니다
두꺼비의 조짐은 신령스럽습니다
못생긴 두꺼비의 예지를 쫓습니다
물고기와 미끼 사이의 찰나처럼
주술이 관통할까요,
야윈 기적을 산란할까요
두꺼비는 너무 느리고 진지합니다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이거나
안으로 들어오거나 밖으로 뛰어나가거나
익숙하면서도 사뭇 고요한 빗방울 시간
천방지축 회전문을 들락거립니다
아버지의 갑골문자,
지층의 흉터처럼 가렵습니다
하늘과 들판, 아버지와 두꺼비
전설은 서로 공존할까요
아버지 굽은 등에
꾸룩꾸룩 두꺼비 울음소리 고입니다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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