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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숙 - 어떤 말시(詩)/시(詩) 2020. 10. 11. 19:55
당신의 말은
입을 열지 않고 눈을 보는 것이다
할 말이 없어서도
할 말이 있어서도 아닌
지켜보는 것
너무 많은 것을 겪는 당신은
늘 다르게 흐르는 세상살이를
잡아두려 하지 않았다
물길이 흐르는 것을 지켜보는 것으로
삶을 세웠다
막걸리에 콜라를 타서
새끼손가락으로 휘리릭 저어
쭈~욱 한 잔 들이키는 것으로
맘을 삭힌다
마지막 길에서도
말없이 빤히 눈을 보았다
어제도 그제도 보이던 그 눈
그것은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
훨씬 많은 말이었다
만개한 꽃이 지상에 제 언어로 질 때
당신의 말이 그 위에 잠깐 머물다 떠난다
바람인 듯 눈물인 듯
(그림 : 박순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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