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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으로 서서
주린 뱃속에
몇됫박의 눈물을 퍼주면
꽃은 꼭 숨어서 피었다
허리를 꺾고 서면
보리가 채 익기도 전
집집마다 쌀독 긁는 소리 길어
굴뚝에 말간 연기 그칠 때쯤이면
쌀꽃은 서둘러 피었다
산등성이 너머 뻐꾸기 울음 따라
찔레꽃이 피면
온몸에는 가시가 돋고
숲 덤불에서 오월이
허기진 배를 찌르고 있었다
찔레꽃
아직도 뾰족하다
(그림 : 장용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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