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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종 - 부동항 (不凍港)시(詩)/시(詩) 2020. 9. 23. 13:12
내밀하게 엉겨붙는 물의 반란은 없다
불이 꺼지지 않는 항구에는
밤과 낮이 얼지 않는다
눈앞의 것들 모두
요지부동 멈춘 채 부동(不同)하다겨울이라는 미명에도
침묵은 덧살만 입을 뿐
나만
수수깡처럼 텅 빈 뼛속에
시린 바람을 채워넣는다폐선 같은 고적
심해의 수심만큼 또 깊어가는 밤
집어등 불빛 같은 소망
물결 위에 쓰러지면
나와 내통하던 거리(距離)마져 닫히고갈짓자걸음으로 만지작거리며
끌고 온 포구에는
하얀 눈이 두껍게 겹쳐지는
겨울 풍경이 밤새 깔린다(그림 : 차일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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