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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원 - 넥타이의 방식시(詩)/시(詩) 2020. 9. 17. 16:32
유행하는 넥타이가 있다는 건
목과 예의에 관한 비유들이
그것 따라 바쁘다는 뜻
매일 얼굴을 바꿀 수 없으니까
지루한 묵례와 굴종을 벗을 수 없으니까
살짝 매듭을 만들고
예의를 번갈아 매는 것
당신의 예의 착용 방식은 어떠한가요
낙타가 무릎 꿇는 방식 아니면
모래바람에 지워지는 실크로드 방식인가요
은신하는 잠사(蠶絲) 혹은 시작과 끝으로 짓는
동그란 고치의 방식은 아닌가요
장롱 안에서 가끔
사각사각사각 깨어나는 흰소리
오늘은 파미르고원으로
내일은 타클라미칸으로 출장을!
어떠한 극지라도 목을 온통 죄어 매갰다는 단련된 실크의 본능으로
즐비한 빌딩이 태양을 목덜미로 넘기는 동안
잠시 풀어 헤쳐둔 예의가
제각각의 무늬를 조른다
목의 매듭이 가빠진다
(그림 : 이영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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