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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베 한 필 끊어다가
미루나무 허리춤에 질끈 동여매더니
신장대 떨듯 부르르 떠는
미루나무 이파리
강물에 빠진 해를
모랫바닥에 꺼내놓고
문종이로 한 겹
베 보자기로 다시 한 겹
겹겹이 싸더니
무명베를 다시 풀어 누가
그 끝을 잡아당기는 것인가?
무명베 한 필 끊어다가
깔아놓은 강둑길
저쪽 세상의 누가 와서
물에 빠진 해를
건져가는 것인가?
(그림 : 이향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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