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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 가는 빈집 마당에 핀 한 무더기 함박꽃
한복 곱게 입고 부엌문 앞에 앉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 같다
아직도 어머니는 빈집에 남아 빈 아궁이에 불을 때고
무쇠솥에 쌀을 안치고 큰길을 내려다보고 계시나 보다!
붉은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 맞으면서
어머니는 올해도 한 무더기 함박꽃을 피우셨구나!
무너진 담 몸으로 막느라 덩치를 키워가던 덩굴에서
하얀 찔레꽃 무리 발길 끊어진 빈집을 환히 밝히는데
하루에 한 번 안부만 묻고 가는 마을버스
발길 끊어진 빈집을 지나가다 누군가를 보고 손을 흔든다
하얀 찔레꽃 무리 어서 돌아가라고 손을 젓는데
바람결에 묻어온 냄새가 어머니 향기 같아 자꾸 뒤를 돌아본다
(그림 : 김주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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