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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정사각형 보도블록 틈에
뿌리내려 파르르 고개 쳐드는
저것들, 어쩌면 나도
저 틈에서 생겨났는지 모른다
밀리고 밀리다 골목 안 어디쯤
뿌리내리려다 문틈에 끼어 피멍 들고
취객의 구둣발에 비명을 내지르기도 하면서
예까지 왔는지 모른다
서너 차례 어금니 악물고 꽃도 피워보았으나
불러주는 이 없어 시들해지고만
저것들, 보트피플처럼 떠밀려오다 지쳐
뿌리내린, 간신히 손가락 하나 쑤셔 넣을
틈에서 숨 쉬고 기지개를 펴며
아침이 밝았다고 난쟁이 춤 추며 웃는,
누가 덤비면 어쩌나 싶어 지레 겁먹고는
따개비처럼 스크럼을 짜고 있는
저것들,
저것들…….
(그림 : 한부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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