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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 찻잔을 앞에 두고시(詩)/이건청 2020. 9. 6. 10:37
푸르름이 되고 싶다.
바람이 불 때마다 몸을 눕히며
편안히 아주 편안히 흔들리는
푸르름이 되고 싶다.
푸르르 푸르르
멧새가 날아와 깃을 드리울
푸르름이 되고 싶다.
잔잔히 웃는 그대여
우리들의 산에 대하여
우리들의 산을 감싸고 흐르는 강에 대하여
출렁이며 하류로 흐르는 강에 대하여
낮은 소리로 속삭이는
푸르름에 섞이고 싶다.
편안히, 아주 편안히 찻잔을 잡고 싶다.
이마와 이마를 마주하고 싶다.
우리들이 쌓아올린 산에 대하여
안개에 대하여, 비에 대하여
말하며 의자에 앉고 싶다.
찻잔을 앞에 두고
낮은 소리로, 낮은 소리로.(그림 : 설종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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