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호승 - 연꽃구경시(詩)/정호승 2020. 9. 2. 14:52
연꽃 피면
달도 별도 새도 연꽃 구경을 왔다가
그만 자기들도 연꽃이 되어
활짝 피어나는데
유독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만이
연꽃이 되지 못하고
비빔밥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받아야 할 돈 생각을 한다
연꽃처럼 살아보자고
아무리 사는 게 더럽더라도
연꽃 같은 마음으로 살아보자고
죽고 사는 게 연꽃 같은 것이라고
해마다 벼르고 별러
부지런히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인데도
끝내 연꽃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연꽃들이 사람 구경을 한다
해가 질 때쯤이면 연꽃들이 오히려
사람이 되어보기도 한다
가장 더러운 사람이 되어보기도 한다(그림 : 이석보 화백)
'시(詩) > 정호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호승 - 마음이 없다 (0) 2022.10.10 정호승 - 골무 (0) 2020.11.26 정호승 - 먼지의 꿈 (0) 2020.06.30 정호승 - 사무친다는 것 (0) 2020.04.22 정호승 - 남한강 (0) 2019.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