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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웅 - 못의 길시(詩)/시(詩) 2020. 8. 30. 12:37
못의 길이란
결집(結集)이다
그 견고한 집 한 채를 지으려고
수없이 많은 망치소리를
이음새 마다 박아 넣는다
그리고 세월을 견딘다
묵묵히 문들을 관리하거나
사람의 들고 나거나
죽고 태어나는 그 수를 센다
하나의 못이
나무속에서 오래 박혀 있는 것은
못의 끊이지 않는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오랜 불화는 삐거덕거리지만
못은 나무를 물고
무너지지 않는다
박혀 있는 못들이란
꽝꽝 망치에 맞은 존재들
곰곰이 맞은 이유를
오래오래 캐고 있는 중이다
그러므로 못들의 대답들이란
헐렁한 소리들이 전부겠지만
그 헐렁한 소리들이 얽히고 설키면
그 또한 결집이 된다
(그림 : 김태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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