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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희 - 푸른 눈썹의 서(書)시(詩)/시(詩) 2020. 8. 19. 18:09
골짜기에 잠들었던
전설 같은 바람이 개울로 내려오면
생각에 잠겼던
늙은 왕버들이 붓을 드네
투명한 물에
흘림체로 쓰면
눈 맑은 송사리며 피라미가 읽기도 하고
조무래기 참새들 시끄럽게 지저귀다 가기도 하네
뿌리로부터 길어 올린
웅숭깊은 숨결이 가지마다 흐르네
넓은 품에 기대어 잠자는 영혼을
가만, 가만히 흔들어 깨우는
푸른 눈썹의 서(書)
천 개의 바람이 필사하네
별들도 푸르게 읽다
바람마저 잦아드는 미명
고요히 어둠을 씻어내며
안 개 속을 거니네
(그림 : 허필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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