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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 텃밭을 건너온 말씀시(詩)/시(詩) 2020. 8. 18. 17:03
빈 화단으로 두기 아까워
유채 씨를 뿌려
겨울 내내 나물을 해 먹었지만
먹을 시기를 놓친 것들은
씨나 받자고 놔뒀는데
씨방이 생기고부터 찾아오던
되새 몇 마리가
며칠 지나니
제 식구 다 데리고 와
떼거리로 몰려들어 씨방을 쪼아댔다
씨나 받을 것이 있을지 의문이지만
저들도 먹고 살자는데
필요한 만큼만 남겨줄 거라 믿으며
실컷 먹으라고 내버려둬 버렸다
가진 것 나누어주는 것이 보시가 아니라
보시는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것
되새가 남겨둔 씨앗을 털어 보니
생각보단 양이 많아
되새는 떠나버렸지만 고마웠다(그림 : 김기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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