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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국 - 장미여행 2시(詩)/시(詩) 2020. 8. 13. 18:03
몸 붉은 장미는 피어날수록 자기규정에 밝다
빛깔과 향기는
스스로의 혼돈의, 합리화의 결과물이다
빛깔과 향기를 적절히 침범하는 가시는
자유에의 확장의 한계다
꽃은 꽃에 대하여, 꽃에 의하여
꽃에 지쳐서 꽃이다
빛깔과 가시사이의 격렬함이
높은 값에 소비되는 세상
투쟁의 시장 한쪽에 켜지는,
깊이가 밝은 어둠은 더 없이 값지다
세상에 나가
누군가에 상처주고 돌아와 누운 밤
이 환 한 꽃잎 속에 나는 어디쯤 닿았는지
향기가 칼날 같다
(그림 : 박상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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