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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분홍 - 바다를 구독하다시(詩)/시(詩) 2020. 7. 30. 07:59
오랫동안 나는 고립됐다
등대와 파도와 포구 풍경으로
파도 소리 삭아 내리는 구부런진 해안선에 의탁했다 나는 구독한다, 바다를
파도 소리를 만지면 나타났다 사라지는 바다의 페이지들
풍경 빠져나간 그물이 느슨해진 관계를 깊는다
나는 고립된다, 한 개의 말뚝으로
한 개의 말뚝에 몇 장의 출생신고서가 묶여 있다
나는 포구의 등과 분쟁한다 밀물이 포구의 목을 조르면 나는 등을 뒤척인다
바다에 한 발 걸치고 뭍으로 녹슨 머리를 향한다
한발의 썰물 앞에 새로운 밀물들이 넓적하다
내가 끌고 온 길이 삭제된다
발을 풀지 못하고
뭍으로 올라온 폐선
나는 떠나온 바다를 기웃거린다
(그림 : 이강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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