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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하 - 꽃이 피기 위해시(詩)/시(詩) 2020. 7. 7. 10:36
다른 숲에 살면서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본 적 있나요
아마 비가 내리는 이유일 겁니다
거기 서 있었죠 붉은 석류나무처럼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멀지만
눈에서 석류가 톡 터지는 향기가 났습니다
잡아 본 손도 안아 본 몸뚱이도 없었지요
석류는 두 번 세 번 새로 열렸지만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고
듣고 싶은 귀와 말하고 싶은 입이
의자 들고 벌서는 아이처럼 위태롭습니다
서먹한 눈물은 그네를 맬 수 없었습니다
고요한 석양이 흔들림 없이 나를 베고
시치미를 떼네요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해 내 몸을 소파에
소파에 던져놓은 물건에는 꽃이 피지 않아요
아프다면 살아있다는 것이겠지요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됐습니다
오늘 비가 참 많이 옵니다(그림 : 이준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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