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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열차도 쉬어가지 않는다
가끔은
열차바퀴의 탈선도 정겨웠던 증산마을 간이역
태엽 풀린 시계처럼 기적소리 헤프고,
열차의 연착에도 아랑곳 않고 훌훌 날아다니던
따뜻한 입김들이 아직 남아있는 듯하다
성급히 개찰을 하지 않아도
옷을 벗고 담 식히며 기다려주던
늙은 역무원을 닮은 열차들은 돌아오지 않는데
수 없이 실려 오고가던 진득한 삶의 이야기 담긴
이정표 하나
청솔 나무 벗하며 혈육처럼 기다린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그리운 고향
지금은 완행열차도 쉬어가지 않는 증산역
증산역: 정선군에 위치한 민둥산역의 예전 이름
(그림 : 김태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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