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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 이정표를 회상하다시(詩)/시(詩) 2020. 7. 1. 17:49
멀어져간 이정표를 바라보았네
한낮 그림자가 꽃병을 엎지를까봐
거실 창문 안쪽 의자에서,
어떤 풍경도 속이지 못하는 투명을
지켜만 보았네
아무도 끄지 못하는 낮이 기우는 동안
창밖엔 빗줄기가 날아올랐고
바람에 흔들린 밤을 끔뻑끔뻑 떠돌며
흘기던 눈들이 사라져 갔네
아지랑이가 살짝 묻어있는 이정표엔
우리들의 이름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신발을 벗어 놓고 갔네
층계를 굴러 내려가는 목소리에
자꾸 귀를 세웠지만
내 귀는 끝내 난청이 되어 버렸네
절대로 변하지 않을 이정표의 이름만 부르다
그 이름들은
끓어 넘치는 카레라이스처럼 솟아오를 거라고
(그림 : 김정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