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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인호 - 클라이막스
    시(詩)/시(詩) 2020. 6. 3. 18:08

     

    기수는 몸을 웅크렸다 편자가 바닥을 때릴 때 마다 그의 몸이 두들겨 맞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그 불안감을 사랑하고

    박수를 치거나 숫자를 세거나 빗자루를 쥐고 바닥을 쓸어 담거나 전화를 받거나

    자꾸만 허리춤을 끌어 올렸다 주머니 늘어난 바지가 꿈꾸는 것이 뭔지 알기라도 하는 듯이

    괜히 마른기침을 하지 기침을 하는 사람들은 기침하기 위해 숨 쉬는 것 같고

    기침을 참기 위해 숨을 참는 것 같고

    3번이 다크호스야, 말이요 사람이요? 둘 다, 앉지도 서지도 못한 자세로 채찍을 휘두르며, 춤추는 것 같지 않

    니, 말이요 사람이요? 둘 다, 편자가 바닥을 때릴 때 마다 박수를 치거나 숫자를 세거나

    딱히 가려운 곳도 없는데 벅벅 긁어대지

    꾹 참고 있는 사람처럼 우리들은 그 불안감의 세계를 사랑하고

     

    소리가 모여들고 있었다 입 안에는 더 많은 입이 있었다 침을 삼킨다 말의 동공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기수는 몸을 웅크렸다

    움직이는 몸 하나가 더 많은 허공을 만들고 있었다

    (그림 : 장임덕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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