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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아침
화분에 물을 주며
너는 이게 밥이지
또 찬밥이네
엄마도 그랬다
더운밥 한 솥 해서
둥근상에 둘러앉은 식구들
골고루 퍼 담아 주고
혼자 찬밥 먹는 엄마
식은 것 오래 두면 상한다고
찬밥 먹는 엄마
가는 날은 가는 날 대로
오는 날은 오는 날 대로
줄기에 붙는 잎의 자리처럼
겹치거나 포개지지 않도록
햇볕 드는 자리 갖다 놓았다
바라보는 것은 바래는 것 보다
더 간절하여
자꾸 해 있는 쪽을 본다
수없이 햇살이
다녀가는 것을 보았다
엄마 몸에는 빛이 가득하다
찬밥 먹고 피는 꽃처럼
엄마는 함박웃음 달고 다닌다
희미해져 가고 있는 엄마는
찬밥 먹고 자꾸
해 있는 쪽을 바라본다(그림 : 김우식 화백)
Gandalf - A Place in The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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