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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영 - 1월의 그리움시(詩)/시(詩) 2020. 1. 9. 16:30
방패연을 날리던 종순이 뒷꼬랑지에
작은 행복이 히죽 웃으면
복사뼈 드러난 가는 발목이 유난히 추워 보이던 방죽
1월에는 나무 팽이가 골목마다 팽팽 돌았지
바람 한 줄기 돌아내리는 자락
배고픔에 매몰되던 시간이
저 단층의 허름한 목조 집 대문에 이르기까지
하루종일 허리가 휘도록 걷다 보면 어슴푸레 날은 어둡고
따뜻한 우동 국물 한 사발이 언제나 그리웠지
살에는 바람의 등걸에 올라탄 방패연이
쩔쩔매며 기우는 황혼을 손사래 치고
깊어지는 추위를 타고 겨울의 저잣거리에서
가난한 것들은 가끔 서글픈 꿈을 품었지
그 소박한 꿈을 꾸는 동안은
춥게 구부린 목덜미가 따듯해 왔었어
그래 그래 거기에 우리의 늪지가 있었지
습하고 축축한 물관을 따라 졸졸 흐르던
가난한 사랑의 징표 같은 것
사방에 푸른 이끼로 덮인 세월마다
그리운 이들이 찍어 놓은 한 초 롬 슬픈 발자국들
(그림 : 정지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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