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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일 - 어슴푸레시(詩)/시(詩) 2020. 4. 8. 11:13
밤 기차는 안이 밝고 밖이 깜깜한 곳을 찾아가지
나가 나를 보여주는 역을 찾아
보려 하지 않아도 자꾸 보여주려고 덜컹거리는
맥박의 속도로 운행하다 한숨으로 정차하는 간이역
같은 뜻을 전하려는 다인칭이 홀로를 기다리고 있는
유리창이 거울이 되는 시간
낯선 얼굴 하나 내 눈앞에 도착하네
나가 나를 알아볼 수 있는 도착: 어슴푸레는
얼마나 완전한 명암인가
잊었던 기억처럼 끝내 다시 도착하는 표정들
어떤 표정이 얼굴에서 정차할까 궁금해지면
뒤늦게 도착하는 혼잣말
연착하면 연착할수록 오래 홀로여서
혼잣말 주고받을 한 사람 더 뚜렷이 보이는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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