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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성배 - 기계의 숲시(詩)/시(詩) 2020. 4. 7. 08:42
아득하기도 하지만
정작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하지만
그래도 기계는 숲이다
그 아득한, 침묵 속을
한 젊은이가 걸어가고 있다
멈출 수 없는 시간 앞에
숲은 늘 깊이를 알 수 없다
숲 속에 오래 서 있다 보면
시간이 모든 것에 답해준다는 말은
틀린 말인 줄 안다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하는
기계 앞에
꽃 한 송이 놓여 있다
오늘만은
기계가 숲을 헤치고 돌아온
햇살처럼 밝다
그것도 잠시
기계 앞에 놓인 한 송이 꽃을
누군가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그림 : 김창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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