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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배 - 바람의 편린시(詩)/시(詩) 2020. 3. 16. 15:21
나는 본래 바람이었다
정처 없이 불어다니는 무숙자(無宿者)
언제나 별빛 한 줄기에도
흔들리며 눈물짓는 허수아비였지
나는 사랑을 모르고
그냥 내달리는 논펄에서 어눌한 한 줄기
가난의 생명줄만 겨우 영위하던 방랑자의 후예
누구나 밝은 태양을 기원하지만
후줄근한 몰골에서 풍기는 절망의 눈빛은
지금도 하염없이 밀려다니는 바람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내 자화상은
언제쯤 어디에서 안착(安着)할 수 있을까
착목(着目)하는 사물마다
사람 냄새가 물씬 내뿜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다
나는 아직도 어쩔 수 없는 바람이다.
(그림 : 한희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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