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현순 - 저기 동백시(詩)/시(詩) 2020. 3. 1. 11:12
저 꽃,
그러니까 여자는 동백을 닮아 있었네
몸속에 흐르던 더운 피가
피돌기를 멈추고 언저리로 밀려날 때
몸 밖으로 끌어와 꽃으로 게워내는 절정의 빛깔
몸 안에 있을 때는 사람이
꽃이었다가
몸 밖으로 보내면
꽃이 사람을 더욱 아름답게 해서
꽃다운 여자라고 부르는
그녀는 꽃이 다 졌다고 말했고
나는 꽃이 지는 중이라고 중얼거렸네
소진한 일생을 눈보라에 묻는 일밖에는
달리 어쩔 도리가 없이 아득한
내 몸에서 빠져나간 여자를 떠올리게 하는
저기 저 꽃
(그림 : 한부철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하윤 - 물레방아 (0) 2020.03.02 문병란 - 희망가 (0) 2020.03.01 홍일표 - 곡두 (0) 2020.03.01 윤석산 - 우리의 낙원 상가 (0) 2020.02.29 유계자 - 오래오래오래 (0) 2020.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