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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화 - 도화를 깨우다시(詩)/시(詩) 2020. 2. 29. 10:56
봄날 여느 나무
환하게 지는 꽃잎에
열매 맺지 못하는 복숭아나무
엄지발톱만 부풀어 올랐다
겹겹 동여맨 꽃잎 열어 만개할
화산 같은 내 안의 도화는
어찌 깨울까
호랑나비는 꽃감옥에 들어
소식 감감하고
시름시름 앓고 있는 꽃몸살을 어쩌랴
기다림에 아려오는 명치끝
꿀샘 탐하는 벌새
수시로 날아들어도
허울만 복숭아나무일 뿐
몸속 도화는 물컹물컹 짓무른다
불어온 실바람에 복사뼈 자리
진물은 찔끔찔끔
지나가는 개미를 가둘 뿐
내 안의 도화는 잠들지 않는다
그대여 더는 꽃망울 움츠리지 않게
달그림자로 숨어들어
꽃망울 활짝 터트려주오(그림 : 신재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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