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숙경 - 별을 만지는 방법시(詩)/시(詩) 2020. 2. 27. 11:44
별을 만져보고 싶었다
먼저 옥상 딸린 집을 구해야 했고
옥상에서 별까지의 거리를 잴 수 있는 줄자가 필요했고
별을 당길 수 있는 천체망원경이 필요했다
별까지의 거리는 그믐처럼 깊어서
이쪽과 저쪽에서 줄자의 양끝을 들고
당신과 내가 허공을 맴돌다가
가끔 바람에 흔들려 중심이 무너지기도 했다
차츰 별을 만지는 방법에 꾀가 늘어나면
아주 오래된 별자리를 그려보기도 했다
절망이 희망을 낳던 밤
그리운 별을 만지는 방법은 꿈속에 있었다
봄비가 내렸다
별빛이 꺼지자 시선의 행방도 사라졌다(그림 : 한희원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건화 - 도화를 깨우다 (0) 2020.02.29 윤이산 - 문득, 생각나서 (0) 2020.02.29 정채운 - 양푼 비빔밥 (0) 2020.02.23 이효녕 - 비가 내리면 추억이 젖어도 좋다 (0) 2020.02.23 정지원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0) 2020.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