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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아침은
설날만 같아라
새 신 신고 새 옷 입고
따라나서던 눈길
어둠 속 앞서가던 아버지 흰
두루막 자락 놓칠세라
종종걸음치던 다섯 살
첫길 가던 새벽처럼
눈 오는 아침은
첫날만 같아라
눈에 젖은 대청마루
맨발로 나와
찬바람 깔고 앉으니
가부좌가 아니라도
살아온 흔적도 세월도
흰 눈송이 위에 내리는
흰 눈송이 같은데
투둑, 이마를 치는
눈송이 몇
몸을 깨우는 천둥 소리
아, 마음도 없는데
몸 홀로 일어나네
몸도 없는데
마음 홀로 일어나네
천지사방 내리는 저 눈송이들은
누가 설하는 무량법문인가
눈 오는 아침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첫날만 같아라
(그림 : 박선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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